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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f My Life/Mentoring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를 떠나며

5년 전이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멘토링을 시작한 것은 우연하지만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추천에서 시작되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제도를 제대로 시작하려는 담당자에게 여러분들이 멘토로 나를 추천했다는 전화에서 시작되었다.

멘토링!

한이음 멘토와 블로그에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이메일 등으로 나름의 멘토링을 하고 있었지만, 미래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의 멘토가 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나에게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소프트웨어에 대하여 사실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경제학도가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멘토로 추천을 받고 멘토가 된다는 것은 사실 나에게는 새로운 모험이었다. 하지만 이 점이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멘토로 이끈 원동력이기도 하였다.

소프트웨어에 대하여 잘 모르기에 많은 분들을 찾아다니며 배웠고, 수 많은 스터디 그룹과 많은 책들을 읽고 결국 방송통신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 편입학하여 2년만에 졸업하리라는 나름의 예상을 깨고 컴퓨터논리회로 덕분에 4년을 다니며 또 배웠다.

그 와중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쉽고 명쾌하게 알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깨닫게 되었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되었으며, 작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지금의 블로그에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하면서 다양한 분들과 만나며 함께 배우면서 성장하였기에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가끔은 낭비적이지만 돌아보면 깊은 노하우와 이해의 폭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한 경험과 지식과 나름의 노하우를 영리하고 열정이 가득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나아간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새로운 모험이며 도전이자 또 다른 배움의 시작이었다.

 

 

그러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멘토를 이제 나 스스로 그만 두려한다.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이제 제대로된 멘토라고 나 자신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스스로 좋은 멘토의 멘토링은 멘티들과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멘티들이 하고 싶은 것을 도와 나아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최소한 1주일에 2회 정도는 깊이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기술적이든 기획적이든 더 나아가 멘티들의 삶의 고민이든 함께 호흡해야 하는데,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며 멘티들이 고민하는 시간만큼 멘티들의 고민을 미리 고민하고 나름의 해안과 해법을 가지고 깊이있는 터치를 해주는 멘토링을 할 자신이 최근 없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작년부터 특히 좋은 멘토로서 가슴에 남는 멘토링을 해주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에게 있어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멘토링은 그간 삶의 일부였으며, 나를 똑바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새로운 힘이었지만, 멘티들에게 나 자신이 만족하지 않는 멘토링을 지속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고 있었고 이제 완전히 결심을 하였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멘토링은 6기 1단계 2차까지만 진행하고 더 이상 멘토링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제 떳떳하게 나 스스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멘토를 그만두고 나보다 더 멋지고 깊이있는 멘토링을 해주실 새로운 멘토님에게 좋은 기회를 넘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부족한 나에게 축복이었던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멘토를 떠나 언젠가 나 자신이 떳떳하다고 생각될때 나름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한번 조금 더 재미있는 주제와 경험이 쌓인 커리큘럼으로 멘토링을 다시 하게 될 날을 기대하며 이제 나름의 커리큘럼을 만드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많은 분들이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 대한 걱정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점은 잘 알고 있다.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이라는 부분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 시대에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제도는 대학이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멘토들의 생생한 생각과 기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의 서비스를 고민할 수 있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영재들의 몇 안되는 탈출구이다.

이제 6년 정도 되었으니 소프트웨어 사업을 해서 성공하는 친구들이 많이 나와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20년 뒤에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가 우리나라에 딱 1명만 나와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20년 뒤에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기술적 천재가 10명만 나와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성공한 것이다.
또한 20년 뒤에 리누즈 토발츠 같은 오픈 소스의 대가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이끄는 커미터 분들이 딱 20명만 나와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성공한 것이다.

20년 뒤에 우리의 멘티는 스티브 잡스처럼 미래의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을 40%이상 장악할 것이며, 20년 뒤에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기술적 천재가 이를 뒷받침 할 것이며, 리누즈 토발츠 같은 대가가 기술적 우위와 확산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인재가 창업을 해야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는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깊은 기술적 이해와 실행력, 사업적 감각과 리더쉽,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반으로한 새로운 제품을 바라보는 사고와 통찰,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제대로 판매하는 마케팅 능력, 하나 더 붙인다면 멋진 프리젠테이션 능력까지... 아.. 그리고 몇 번의 실패까지...


아무리 능력있는 멘토와 열정 가득한 멘티가 있더라도 1년안에 이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없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인재는 지속적으로 키워져야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
겨우 1년 지원했다고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의 멘티들이 모두 스티브 잡스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된다.

최소 20년을 바라보고 예전에 스티브 잡스도 수 많은 실패를 하고 성공하였듯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제대로 밀어주는 제도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가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20년 뒤에 딱 한명의 천재만 나오면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 쏟아부은 모든 비용을 회수하고도 얼마나 더 남을지 애플의 시가 총액과 순이익과 매출액을 보면서 가늠해주기 바란다.
20년 뒤에 난 딱 한명이 아니라 더 많은 우리의 멘티들이 멋지게 성장하여 우리나라의 새로운 미래를 책임질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난 지금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를 떠난다. 

마지막으로 함께 해주신 멋진 멘토님들과 멘티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멘토를 믿고 따라주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