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ftware for Life

중국의 소비자와 일본의 소비자와, 한국의 소프트웨어

얼마전 중국의 소비자와 일본의 소비자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가격에 대한 관점이었습니다.

만약 중국의 소비자와 일본의 소비자가 시장에서 생각보다 가격이 싼 물건을 샀을 때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고 합니다.

중국의 소비자
생각보다 가격이 낮으면 당연히 질도 낮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소비자
가격이 낮아도 질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일본과 중국의 시장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중국에서는 조잡하고 질이 매우 낮은 상품이라도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에 유통한다면 분명히 팔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가격에 맞는 질 낮은 상품들이 많은 것입니다. (멜라닌을 타서 문제이긴 합니다만...)

하지만 일본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면 분명 소비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을 당할 것이므로 높은 품질의 제품을 최대한 싼 가격으로 만들어 내기 위하여 매우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제품들은 품질이 일정 수준이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비 형태는 해외 여행에서 물건 구입시 재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일본인들이 중국에서 쇼핑을하면 대부분 싼 가격에 매우 놀라서 많이 산다고 합니다. 귀국한 후 구매한 물건을 사용하면서 조잡한 품질에 한번 더 놀라며 대부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일본에서 쇼핑을 하면서 당연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품질 높은 물건을 제 값에 산다고 합니다. 귀국 후 구매한 물건에 당연히 치루어야 할 값을 치루었다고 생각하면서 잘 사용한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중국 소비자와 일본 소비자의 형태를 보면서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시나요? 어느 소비자가 현명한 것일까요? (댓글로 여러분들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저도 궁금해서 몇 분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이 일본 소비자와 같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요구하면서 싼 값에 살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더군요 :-)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의 많은 소비자들은 일본의 소비자와 거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간혹 예외도 보이는데요.

물건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으면 당연히 질도 낮은게 당연한거 아냐!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이외로 많았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드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소프트웨어란 제품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어떠한가? 라는 문제를 고민하면서부터 입니다.

우리가 설계해서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는 분명한 제품입니다.

이 제품을 구매할때 일본식 소비자와 같이 접근한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은 소프트웨어 가격은 최대한 낮추면서 높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야 합니다.

사실 이러한 명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국 소비자의 경우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도 있습니다.

우스게 소리지만 몇년전에 SI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를 1원에 수주하기도 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실 때 과연 1원에 공급하는 소프트웨어의 품질은 어떠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래의 답안을 선택하여 댓글을 남겨 주세요~

  1. 1원에 소프트웨어가 공급되더라도 100억원짜리 소프트웨어와 같은 품질이어야 한다.
  2. 1원 어치의 값어치만 하면된다.
  3. 소프트웨어 단가 및 이를 용인하는 수주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

소프트웨어도 유통을 할 수 있는 제품인 관계로 유통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1원 수주가 대표적인 예이죠!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1원 수주가 미치는 파장입니다.

1원짜리 소프트웨어라도 일정 이상의 품질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일본 소비자적인 접근을 할 경우 실제 소프트웨어 개발 공정을 한번 가정해 보겠습니다.

1원이라는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개발자 1일 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입니다. 경영진에서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1원 수주를 감행하였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분명 적자 사업이기 때문에 경영진에서는 최대한 빨리 이 사업을 끝낼려고 할 것입니다. (물론 돈이 엄청나게 많거나.. 뒤에 누군가 있다면...)

실제 소프트웨어를 설계 및 개발하는 설계자 및 개발자의 경우 이러한 압력을 받으면서 1원짜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하여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1원짜리 소프트웨어에 자신의 열정을 바칠 설계자나 개발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소프트웨어 개발자란 직업은 약간의 자존심이 필요한 직업인데, 자신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모두가 중국 소비자와 같이 생각한다면 과연 1원 수주라는 문제를 어떻게 볼까요?

우선 대부분 1원짜리 소프트웨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쓸 수 있겠어? 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겠죠.
물론 프리웨어나 상용 소프트웨어의 베타 버전의 경우 무료(Free)이면서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SI라면 1원짜리 소프트웨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중국 소비자의 접근이 당연하지 않나요?




많은 분들이 한국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자질 문제나 한국 소프트웨어의 품질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도 많은 부분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이전에 저희가 소프트웨어라는 제품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인식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소프트웨어는 낮은 가격에 만들어 낼 수 있다.
    1. 설계 및 개발자와 같이 소프트웨어 업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의 복지는 그 만큼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2. 그렇게 되면 능력있는 개발자들은 제대로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이 업계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될 것이며, 결국 능력있는 분들이 소프트웨어 업계보다 치킨업계(통닭집)를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2. 소프트웨어 개발 기간은 줄일 수 있다.
    1. 제대로된 설계가 되었다면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참여하는 누군가는 월화수목금금금을 되풀이해야 기간이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3. 소프트웨어를 제값 주고 사는 경우는 없다.
    1. 치열한 소프트웨어 유통 경쟁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만, 제 값을 주고 사지 못한 소프트웨어에 제대로된 품질을 요구한다면 이 자체가 모순 아닐까요?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한국적인 인식 때문에 한국의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 환경은 날로 나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구조가 한국의 소프트웨어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요?
한국의 개발자들에게 미국의 개발자와 같은 대우를 해준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프트웨어를 제값주고 사는 풍토가 확사된다면 지금쯤 어떤일이 벌어졌을까요?


제 생각에는 소프트웨어라는 제품을 바라볼 때 중국 소비자적인 접근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여러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문제들이 하나씩 차근 차근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나햐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개발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하고,
그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 할 수 있고 제값을 주고 팔 수 있는 환경이라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복지와 여건도 좋아지게 될 것이며,
결국 더욱 질 높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소프트웨어가 개발될 수 있어 인도와 같이 소프트웨어 업계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견인차 역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부터 중국 소비자와 같은 시각으로 소프트웨어를 바라봐 주세요 ;-)


참고: 중국 소비 시장에 여러가지 문제나 콴시 등의 다양한 왜곡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소비자의 일반적인 시각과 일본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환경을 조명하기 위하여 인용하였으니 이점에 대하여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