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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in Life/2009

삼국지 경영학


어렸을때 삼국지 한번 안읽어 보신분들은 아마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역시 무진장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처음읽을때는 3권짜리 삼국지를 한번 읽었다가 나중에는 정10권짜리 정비석님의 삼국지를 사서 읽기도 하였습니다. 언제나 너무도 재미있는 삼국지를 다시 한번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1권짜리 삼국지인데, 최우석 님이 쓰신 삼국지 경영학이란 책입니다.

간만에 삼국지의 주요 대목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경영학이란 내용이 가미되어 새롭게 해석되는 삼국지는 역시 이번에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문열님의 삼국지를 아직 읽지 못했는데, 조만간 삼국지를 다시 읽게될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삼국지를 현대 경영학에 맞게 재해석해주신 부분도 참 재미있었고, 삼국지의 주요 대목을 새롭게 상기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확확 넘어가더라구요 ;-)

아래는 주요 내용입니다.



삼국지는 서기 2세기부터 3세기까지 중국을 무대로 한다. 한고조 유방이 세운 한나라가 그 수명을 다하여 스스로 무너지는 대목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국 각지에서 야심가들이 일어나 천하대란이 벌어지고 그들 사이에 피나는 싸움이 계속된다. 이 싸움에서 살아남은 승자가 위와 오, 촉한을 세우고 이들 삼국이 다시 천하의 주인이 되기 위한 삼파전을 벌이다가 마지막에 위나라를 거쳐 진나라로 통일된다.

그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린것이 삼국지이다.

중국 역사를 보면 통일과 분열을 거듭하는데, 한 왕조의 평균 수명이 200년이다. 첫 통일자가 진나라의 진시황이고 가장 최근이 중화인민공화국의 마오쩌둥이다.

삼국지는 정식 역사를 기록한 정사와 이야기체로 쓴 연의 두가지가 있다.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연의를 가리킨다.

삼국지는 촉한 사람 진수가 편찬한 것이다. 진수는 글을 잘 써 촉한이 망한 후에는 진나라 궁궐에서 역사 기록원 노릇을 하였다. 이때 사실을 바탕으로 삼국지를 저술하였는데, 촉나라 사람이지만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없이 공정하게 기록하였다. 사실 위주로 기술하여 재미는 덜하다.

명나라 초에 나관중이란 사림이 소설로 엮은 것이 삼국지연의, 흔히 말하는 삼국지다. 여러 판본이 있어서 큰 줄거리는 같아도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삼국지가 각기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조는 숨은 인재를 발굴해 낼 줄 알았다. 사마의 같은 사람은 큰 그릇이기는 하나 눈에 잘 띄지 않는 타입이다. 하지만 조조는 빨리 알아보고 데려다 쓴다. 사마의를 끌어왔기 때문에 위나라는 촉나라 제갈공명의 거듭된 공세를 막을 수 있었다. 사마의가 없었다면 제갈공명은 북벌의 꿈을 이루었을지 모른다.

조조밑에 사람이 모인것은 우연이 아니다.

조조가 55세가 되었을 때 전국에 발령한 구현령을 보면 조조의 인재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로부터 왕조를 부흥시키거나 치세를 잘한 황제는 모두 훌륭한 인재의 도움을 받았다. 현인을 발견하려면 위사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안된다.
현인은 우연히 만나는게 아니다. 청렴하고 결밸한 선비가 아니면 안된다느니 하는 하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간 언제 현인을 찾을 것인가. 지금 큰 재주를 지녔지만 한가하게 낚시나 하고 있는 강태공이나 형수와 관계를 가졌느니 뇌물을 받았으니 하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한고조의 일등 공신이 된 진평 같은 인재가 어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초야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라.

오직 능력만으로 천거하라! 나는 능력있는 사람을 중용할 것이다.
창조적 파괴는 이재들이 하는 것이며 그것이 가능한 조직 풍토가 중요한 것이다. 이는 위대한 경영자들만이 만들 수 있다.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조조는 싸움에 임해서도 서두름이 없었으나 변화가 무쌍하여 기회를 놓침이 없고 재주있는 자를 발탁하여 일을 맡겼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냉정한 계산을 따랐으며 재낭이 있으면 사소한 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조조가 큰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릇이 크고 지략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조조는 비범한 인물로서 시대를 초월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라나 기업이나 절정 뒤가 항상 위험한 법으로서, 그 위험을 피하려면 절정에 달했을 때 긴장을 풀지 말고 더 조심해야 한다.


정사 삼국지에서 진수는 유비를 다음과 같이 평했다.

유비는 넓은 식견과 포용력을 갖추고 의지가 굳었다. 좋은 인재에겐 허리를 굽혀 가르침을 받았다.
한고조 유방의 풍모를 닮아 영웅의 그릇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아들과 나라를 제갈공명에게 맡겼는데 한점의 사심도 없었다. 가히 군신관계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조보다 권모술수가 뛰어나지 못했고 따라서 영토가 협소했다.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코 좌절하지 않았으며 끝까지 조조의 신하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안락보다는 대의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칭송받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나는 어릴때부터 몸이 약했다. 그래서 나 자신이 모든것을 다 할 수 없어 일을 밑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을 골라 일을 맡기는 데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기업도 잘되더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위대한 경영자는 결코 바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항상 여유를 가지고 크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움직인다. 또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이는 유비도 마찬가지이다.

성도 무후사 입구에 가면 명랑 천고(明朗 千古)란 편액이 걸려있다고 한다. 영명한 군주와 좋은 신하가 합쳐 역사에 남을 큰일을 하였다는 뜻으로 유비와 공명이 같이 이루어낸 업적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사실 위대한 경영자도 말년에 가면 너무 자신 과잉이 돼 균형감각을 잃는 일이 많다. 평생 불가능한 일을 천재적 노력으로 가능하게 해왔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조직 내에 효과적인 견제 장치나 경영자가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작은 비극으로 끝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조직이 큰 파국을 맞게 된다. 

유비가 촉나라의 장군 중 가장 뛰어난 다섯 무장에게 준 5호대장이라는 호칭은 '다섯 사람의 호랑이 같은 장군'이란 뜻이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경영자인 헨리 포드도 말년에 정치에 개입한 데다 낡은 경영방식을 고집하고 사람을 잘못 써서 포드 자동차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포드 자동차가 워낙 탄탄해 파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포드의 은퇴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큰 비극이 벌어질 뻔했다.

일본 최고의 경영자로 존경받고 있는 마쓰시타 전기의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도 말년에 정당을 창당해 정치에 참여하려는 것을 사내는 물론 일본 재계에서 강력히 말려 겨우 단념시킨 적이 있다. 그 대신 새로운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마쓰시타 정경숙(松下 政經熟)을 만드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특히 위대한 창업주는 법적으로 절대적인 지위는 물론 빛나는 카리스마를 갖춰 아무도 반대를 못 하게 된다. 그것이 새 사업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만약 지도 노선이 잘못되면 조직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CEO 의 가장 큰 일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사람을 잘 알아 알맞게 골라 쓰는 일이야말로 CEO가 할 일이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쓸 생각을 하지 않고 혼자 바쁜 CEO가 많은데 그런 기업은 제대로 클 수가 없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은 타고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훈련을 쌓으면 어느 정도는 되겠지만 한계가 있다.

근본은 마음가짐이다. 겸손한 마음, 사심 없는 마음을 가져야만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아랫사람을 의심하거나 경쟁하는 마음, 더 나아가 질투하는 마음을 가져선 눈이 흐려진다. 그러면 인사가 공명정대하지 못하게 돼 충신이 멀어지고 간신이 판을 치게 된다. 조직의 몰락이 시작되는 것이다.

인물을 보는 안목에서 손권은 삼국지의 다른 주인공 조조·유비와 마찬가지로 가히 천부적이다. 그런 난세에 사람 보는 눈이 없으면 어찌 한 나라의 주인이 될 수 있겠는가.

손권이 확고한 기반을 잡기 전까지는 소수민족의 반란이 잦았다.
육손이 젊었을 때 반란군을 진압하러 간 적이 있었다. 군사들이 모자라자 육손은 주민을 강제 징집했다. 현지 지방장관은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육손에게 항의하는 한편, 손권에게도 고발장을 보냈다. 그 뒤 육손이 출세해 중요한 자리의 후임을 고르면서 바로 그 지방장관을 추천했다.

손권이 “그 지방장관은 당신을 고발한 적이 있는데 그래도 추천하겠느냐”고 하자 육손은 “저는 현지 토벌대장으로서 병사를 급히 모아야 했고 그 지방장관은 백성을 보호해야 했으니 각기 소임을 다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한다. 그 대답을 듣고 손권은 육손이 큰 그릇임을 다시 인식했다. 

손권은 육손을 발탁해 힘을 실어 주는 데도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중신들이 육손을 추천하게끔 은근히 유도하고 젊은 육손의 위신을 세워 주기 위해 세심한 정지작업을 한다. 우선 육손의 임명식을 성대하게 거행한다. 그 자리에서 손권은 보검을 풀어주며 누구든지 명을 어기면 먼저 참(斬)하고 뒤에 보고하라 명한다. 출정 장수에게 전폭적인 신뢰와 권한을 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 준 것이다. 과거 적벽대전이나 형주 탈환전 때도 그랬다. 이런 방식 때문에 출정 장군들이 대공을 세우고 위기 때마다 명장이 잇따라 등장한다.

기업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쓸 때도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
사장에게 일을 맡기고도 안심이 안 돼 의구심을 갖거나 간여하게 되면 사장의 힘이 약해져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일단 맡겼으면 믿어야 한다. 오너 중엔 귀가 엷은 사람이 많다. 이들은 측근의 말을 듣고 사장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중간에 개입한다. 이렇게 되면 사장들의 힘이 빠지고 추진력도 떨어진다. 당연히 일도 되지 않는다. 과거 명CEO들은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시간을 두고 기다린다. 그래야 사장들이 자신을 가질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유능한 CEO가 자라는 것이다.



삼국지의 경우 조조를 간사한 영웅으로 묘사한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 조조는 간사한 영웅이라기 보다는 한 시대를 풍미한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본 책을 통하여 알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조조는 중국의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나라의 기틀을 닦은 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재 관리를 너무 혹독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아무리 권력은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을 위하여 노력한 충신들에게 너무 혹독한 대우를 하였습니다. 이는 결국 조조의 명성에 먹칠을 한 결과를 나았으며, 유비보다 평가절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유비는 삼국지에서 가장 현명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실상 나름대로 간사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의명분이 확실하고 충신들을 중용하여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커버하였습니다. 아울러 충신들과 함께 마지막까지 함께한 점은 높이 살만 합니다.

하지만 너무 충신들을 믿어서 생각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관우와 장비의 처참은 죽은은 어찌보면 유비가 스스로 초래한 결과이며, 제갈공명의 초라한 죽음역시 유비가 스스로 초래한 일입니다.

결국 충신들을 적당하게 긴장시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게 하고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는 유비도 잘하지 못하였고, 조조역시 잘하지 못한듯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손견에서 배울점이 많은듯 합니다.


삼국지를 다시 한번 새롭게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