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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f My Life/Trends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듯이 키보드를 치고 싶습니다.

어렸을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제 또래 분이시면 어렸을때 피아노 학원이나 주산학원은 한번씩은 다녀 보셨을 것입니다.
저 역시 두 학원을 모두 다녔었습니다.

사실 어렸을때는 피아노 치는 것이 별로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지금 가끔 키보드를 치다보면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엘을.. 체르니 40번을 연주하던 어렸을 때가 생각납니다.

키보드 치던 것이 그저 재미있을 때 말입니다.

피아노란 코끼리 덩치만큼 큰 넘이 풍겨내는 음율이 따스한 햇살속에서 반짝거리며 나의 손을 통해서 울려 나올때 나는 그냥 행복한 소년이었습니다. 복잡한 음율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일은 혼자서 체르니를 연주할때가 아니고 동생과 나란히 않아서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할 때 였습니다.

피아노의 키보드를 치던 그 시절의 행복감을 가끔 노트북의 키보드를 치면서 느끼곤 합니다.

지금도 다른 분들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 대신 Java 코드를 재잘거리면서 짜곤하며, 키보드 위에 아름다운 음율 대신 아름다운 하드 돌아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경쾌한 키보드 자판 두들기는 소리는 컴파일러를 통하여 재미있는 에러를 뱄어내며, 우씨~ 와 같은 박자를 만들어 내고, 나의 프로그램은 네트워크를 통하여 다른 어플리케이션과 오케스트레이션 됩니다.

네트워크를 통하여 날아간 나의 코드는 나의 어렸을때 피아노 선율과 같이 랜카드의 불빛으로 반짝거리며, 다른 컴퓨터의 하드에서 또다른 박자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다시 하나의 멋진 화면으로 변화되어 사람들의 눈에 투영됩니다.

그들의 눈은 마우스 커서와 함께 움직이고, 마우스의 딸깍 거리는 소리는 알 수 없는 바다의 파도 소리가 되어 넘실됩니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은 알고 보면 아주 어렸을때 치던 피아노 만큼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을 문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마우스의 딸깍거리는 소리, 그리고 키보드의 경쾌한 소리, 하드 디스크의 드륵 거리는 소리, 네트워크 랜 카드의 소리를 모두 모은다면 아름다운 선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음악을 연주하는 멋진 연주자들입니다. 자신만의 악기와 악보를 가지고 연주하는 음악가들입니다. 어떤 악보는 C로, 어떤 악보는 Java로 그리고 .NET으로, Lisp으로 그려져있지만, 우리의 CPU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연처럼 하나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하며, OS가 무었이든 상관하지 않고 에코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에코시스템을 오케스트라로 볼 수 있으며, 오케이스라의 웅대한 음악과 같이 우리의 소프트웨어들은 각자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키보드 치는 일이란, 결국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키보드를 치고 있는 제 모습이 마치 어렸을때 피아노 학원에서 바람을 맞으며 바이엘을 연주했던 그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키보드에서는 오늘 어떤 음악이 연주되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