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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f My Life/Digilog

[디지로그시대가온다] 16. 무한 진화 인터넷의 새 버전 '웹 2.0'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어령 교수님이 기고하신 디지로그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였습니다.

그렇게 박식하고 상상력이 풍부했던 H G 웰스가 1901년에 출판한 '예상집'을 지금 읽어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비행기'는 수송 교통수단이 될 수 없고, '잠수함'은 함장이 바다 밑에서 질식해 죽는 광경만 보일 뿐 신무기로는 쓸모가 없다고 단언한다. 물론 32년에 50년 뒤의 신문을 예상하고 쓴 기사에는 컬러 인쇄, 캐주얼한 옷의 유행, 그리고 공산주의의 몰락 등 좀 성급한 것도 있지만 그런대로 정곡을 맞힌 것도 있다. 하지만 화석 연료 대신 지열(地熱)을 쓰게 될 것이라는 예언처럼 빗나간 실패작이 많다.

그러나 '세계의 뇌(world brain)'라고 명명한 그의 '인터넷'에 대한 예언만은 아주 정확했으며, 지금 보아도 신선한 충격을 준다.

'세계의 뇌'는 제2차 세계대전의 먹구름이 일기 시작하던 때의 것으로, 예언이라고 하기보다 그의 절실한 희원이 담긴 아이디어였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지식 정보는 가속도로 늘어가고 있는데도 인류는 여전히 무지 속에 살고 있다. 그것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이나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이 자동차와 비행기로 바뀌어도 인간의 두뇌는 마차시대에 멈춰 있다. 그래서 방대한 '정보 집배센터'를 구축해 '영구 세계 백과사전'을 만들어 잠시도 쉬지 않고 최신 정보를 기록해 세계 곳곳에 분배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동수단과 통신의 급속한 발전으로 '거리(距離)의 철폐'시대를 살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야 할 세계는 해도 (海圖) 없이 항해하는 느린 배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므로 '세계의 뇌'는 국제사회를 통합시키고 전쟁 없는 지구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세계의 뇌' '영구 세계 백과사전'은 지구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영어로 기록될 것이며, 시시각각 수정.보충되는 정보들은 마이크로 필름에 담긴다. 그것은 세계 어느 도서관에서나 프로젝트를 통해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된다.

마이크로 필름을 디지털로, 도서관의 프로젝트를 PC의 모니터로 바꾸기만 하면 오늘의 인터넷이 된다. '세계의 뇌'에 대한 예언을 보면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평범한 말과 "미래의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묻지 말고,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게 된다.

이뿐 아니라 바로 지난해 5월 '팀 오레일리(Tim O'Reilly)'에 의해 태어난 web 2.0이란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2.0이라는 숫자가 암시하고 있듯이 인터넷 역시 지금까지 사용해 온 1.0과 1.5의 구 버전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2001년 닷컴(dot com) 기업들이 버블로 붕괴해 닷컨(dot con- '사기'라는 뜻)으로 전락했을 때 모두 그런 운명을 실감했다.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뇌, 인터넷 역시 시대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끝없이 진화한다. 젊은 대학 연구원들이 신개념으로 만든 검색 사이트 구글은 오히려 그 붕괴 속에서 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MS.야후 등 공룡 기업을 위협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만나게 될 web 2.0은 또 다른 IT 혁명을 위한 미래 전략은 예언이 아니라 그 창조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기술.신개념의 발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옆에서는 아직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것이라 하여 기피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름이야 어떻게 붙였든 인터넷 안에선 차세대의 신생아들이 무서운 거인으로 자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당장 구글로 web 2.0을 검색해 보면 950만 건이나 나타난다. 동시에 인터넷의 대륙과 해양을 지배해 오던 제국들이 황혼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쓸쓸한 뒷모습이 보인다. 그들이 누구인지를 살펴보면 디지로그 시대의 얼굴도 보일 것이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 디지로그라는 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하나로 합친 말입니다. 지금까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합친 시계를 부분적으로 '디지아나'라고 부르거나 디지털 다이얼로 그의 뜻으로 디지로그란 말을 이따금 사용해 온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술 용어에서 벗어나 정보문화의 신개념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brick), 가상현실과 실현실, 정보네트워크와 물류 등 IT와 함께 대두된 이항 대립체계를 해체해 신개념을 구축하게 될 이 연재는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후기 정보사회의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비판과 희망의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필자가 만든 키워드나 슬로건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신바람 문화''신한국인', 서울올림픽 때의 '벽을 넘어서'를 비롯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새천년의 꿈, 두 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 등이 있습니다

2006.01.17 20:08 입력